#2 피터린치가 좋아할 기업, 코메론
0. 피터 린치
오늘 이야기 시작 전에 한 인물을 소개하겠다. 바로 월스트리트의 전설로 불리는 피터 린치다. 1977년부터 13년간 연평균 29%의 수익률을 올리며, 2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펀드를 13년 뒤에 140억 달러로 키웠다. 더군다나 13년간 9번의 폭락장을 겪을 때, 단 한 번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 그가 기록한 수익률은 지금도 깨지지 않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라고 한다.
이런 전설적인 피터 린치가 좋아하는 주식의 특징이 몇 가지가 있다. 한마디로 "성장이 정체된 업종에서 따분한 사업을 하며, 튼튼한 재무구조와 틈새시장을 확보하고 기관이 주목하지 않는 소외된 소형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이와 유사한 기업을 발견했다. 오늘 소개할 기업인 바로 코메론이다. 오늘 이야기 또한 '코메론이 왜 피터 린치가 좋아할만한 기업인가?'가 될 것이다. 코메론은 피터 린치가 좋아할 만한 특징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전부 나열하면 이야기가 길어지므로 굵직한 특징만 살펴보도록 하자.
1. 틈새를 확보한 기업
피터 린치는 지역을 독점한 지역 신문사처럼 시장 크기가 작더라도 독점적인 위치를 가지는 기업을 좋아했다. 코메론도 과연 그럴까?
공구 시장에는 수 많은 제품이 있다. 바이트, 커트(절삭공구)부터 그라인더(연삭 공구), 압착기(유압공구), 전동 드릴(전동공구) 등등.. 그중 코메론은 측정공구 중 줄자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것도 장인정신을 가지고 50년 이상 줄자 하나만 팠다. 사명을 '대한민국에서 만든 줄자'라는 의미인 코메론으로 바꿀 정도였다.
그 결과, 수 년째 국내 줄자시장에선 독보적인 위치이며 세계에서는 수많은 종합공구기업을 제치고 3번째다. 시가총액 700억 뿐인 작은 기업이 만들어낸 결과다. 참고로 세계 1위는 Stanley Black & Decker로 시가총액 20조, 2위 Lufkin는 3조 규모다. 회사 규모는 차이가 많지만 줄자 시장 점유율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과연 코메론은 어떻게 세계 무대에서 공룡 기업들과 싸울 수 있었을까?
"세계 최초의 원재료 생산부터, 제조, 판매까지 아우르는 기업"
줄자의 주요 원재료는 고탄소강인 STC5등 특수강이다. 고탄소강은 가공이 용이하고 간단한 담금질로 높은 인장 강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압연해 줄자로 사용한다.
좋은 줄자를 만들기 위해선 압연 공정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3mm 강판을 0.1mm 두께로 일정하게 펴야 줄자가 잘 감기기 때문이다. 이를 일찍이 알았던 코메론은 95년 압연공장을 직접 설립하였고 "스테인리스 강대의 형상화 연속 열처리 기술"을 개발하여 소재 생산부터 제조, 판매까지 아우르는 세계 최초의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지속적인 압연 기술 개발로 해외업체로서는 유일하게 일본 공업규격인 "JIS" 1급 인증을 획득했고, 유럽의 "EC" 번호도 승인받아 다양한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현재 80개국의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줄자라는 작은 틈새에 집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2.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사업
"따분하며 단순한 사업을 하는 기업을 좋아한다. 월스트리트의 똑똑한 바보들이 절대로 접근하지 않기 때문이다"
피터 린치가 가장 좋아하는 기업인 '크라운 코크 앤드 실'이 있다. 캔과 병뚜껑을 만드는 회사이다. '인바이러다인'이라는 기업도 정말 좋아했다. 플라스틱 나이프, 빨대, 음식 포장용 랩 제조 회사와 같은 따분한 사업을 차례로 인수했던 기업이었다.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당시 인기 산업이던 에너지, 통신판매, 컴퓨터 사업을 기피했다. 반대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따분한 사업을 주목했다. 심지어 회사 이름까지 따분하길 바랬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까?
첫 번째로 따분한 사업은 월스트리트의 똑똑한 바보들이 접근하지 않아 헐 값에 살 수 있는 시간이 넉넉했다. 만약 수익도 높고, 재무상태도 우수한 기업이 있다. 하지만 하는 사업이 따분해 보인다면? 피터 린치는 여유 있게 사두었다가 묵혀둔다. 결국 뛰어난 실적이 알려진다면 월스트리트의 똑똑한 바보들이 매수를 시작하게 될 것이고 주가는 높게 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피터 린치는 그 바보들에게 판다. 피터 린치가 좋아하는 패턴이다. 예로 '인바이러다인' 1985년에 2달러에 매수하여 88년에 36달러에 매도했다고 전했다.
두 번째로 성장이 정체된 업종이야말로 대박 종목이 탄생하는 곳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고성장 업종에 투자하기를 원하지만, 고성장 업종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분야라고 한다. 똑똑한 인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기업가들과 자본가들이 밤을 지새우며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모색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성장이 정체된 업종은 어떤가? 고성장 업종에 비해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하나의 지역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면 다른 지역으로 세력을 확장하기 수월하다.
코메론은 줄자 사업을 한다. 요즘 한창 인기인 반도체나 IT 사업보다 따분하며 단순하다. 줄자를 위해 매년 수 십개의 기업이 창업하고, 경쟁에 패해 문을 닫지 않는다. 코메론이 55년 이상 줄자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 중 하나가 아닐까?
"때때로 잊기 쉽지만 주식이란 복권이 아닌 회사의 일부를 사는 것이다."
당신이 회사를 사야된다면 인기 업종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을 살 것인가? 아니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산업에서 높은 이익을 내는 기업을 살 것인가? 피터 린치는 당연히 후자 기업을 선택했다.
3. 튼튼한 재무구조
"회사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이며, 오늘보다 내일 가치가 올라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론적으로 여러가지 요인이 많겠지만, 결국은 이익이다."
피터 린치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사업만 한다고 투자하지 않았다. 그중에서 이익을 내는 기업에만 투자했다.
과연 코메론은 어떨까? 사이트를 통해서 재무상태를 살펴보자.
눈에 띄는 항목은 영업이익률이다. 자세하게 살펴보면 2019년 영업이익률은 약 21%로 내가 가진 데이터 중에서 최상위권에 속한다. 산업평균과 비교해보면 그 격차는 확실히 드러난다.
2015년부터 꾸준히 산업평균을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으며 동일 산업군 중 1등이다. 참고로 산업은 '측정, 시험, 항해, 제어 및 기타 정밀기기 제조업; 광학기기 제외'라는 이름으로 현재 19개의 기업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비록 기업 규모가 작은 것이 영업이익률을 높이기는 수월하더라도 20%라는 숫자는 정말 높다. 특히 제조업에서 말이다.
위 표를 보면 13년도부터 코메론은 꾸준히 영업이익률을 높여 왔다. 13년도 영업이익률은 12%였으며, 14년도 16%, 15년도 19%까지 꾸준히 높여왔다. 매출 상승폭이 비용(매출원가, 판관비) 상승폭보다 큰 덕분이다. 더 뜯어보면 낮아진 원재료 가격이 한몫했다. 16~19년도는 20% 내외를 유지하고 있으며 20년도도 비슷한 수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늘어난 영업이익률 덕분에 코메론은 비영업자산이 쌓이고 있으며, 동시에 차입부채를 갚아가고 있다. 놀라운 것은 시가총액보다 규모가 크다. 차입부채를 차감한 비영업자산이 시가총액 700억보다 300억이 많은 1000억 원 규모다. 이 말은 누군가 700억을 투자해 코메론의 기업을 인수하고 청산했다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물론 300억 가량의 초과수익을 벌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재무상태가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 비영업자산: 영업과 관련 없는 자산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장기금융상품, 관계기업투자주식, 투자부동산 등을 합산한 금액이다. 당장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라 생각해도 좋다.
* 차입부채: 영업과 관련 없는 부채로 사채, 단기차입금, 장기차입금, 금융부채 등을 합산한 금액이다.
매출채권도 높은 수준은 아니며, 매출채권 연령도 대부분 30일 이하로 대손상각이 발생할 매출채권은 적다.
4. 결론
"투자하는 모든 종목에서 돈을 벌 필요는 없다."
코메론은 피터 린치가 좋아하는 기업의 특징인 성장이 정체된 업종에서 틈새시장을 확보한 기업, 기관이 주목하지 않는 기업, 우수한 재무구조가 해당된다. 이 외 살펴보지 않았지만 소형주, 자사주 취득 등의 특징도 해당된다.
물론 피터 린치가 좋아할 만한 종목이라고 해서 성공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피터 린치가 코메론의 주식을 알았더라도 매수하지 못했을 것이다. 코메론의 거래량과 시가총액이 그의 펀드 규모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피터 린치 자신 또한 "경험에 비추어 보면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10개의 종목 중 6개만 오르면 만족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6할이면 만족했다는 것으로 봐선 이렇게 찾은 종목들도 모두 성공하지는 못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피터 린치는 자신만의 종목 발굴 원칙을 세우며 이 원칙을 고수했기에 전설적인 펀드매니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아직 하수인 나는 고수의 원칙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투자 시 유의사항
1. 미수금
찝찝한 부분이 있다. 바로 미수금이다. 2019년 9월 분기보고서부터 미수금이 30억 가량 기록되고 있다. 5개년도 사업보고서를 훑어보면 보통 코메론의 미수금은 3~4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9년 9월 무려 10배가량의 숫자가 기록됐다. 액수 자체가 작아 보이지만 30억은 코메론 1년 순이익의 20%이기 때문에 무시 못할 숫자이다.
더욱 이상한 점은 코메론은 3개월 만에 이 미수금의 대손충당금을 16%로 설정했다. 미수금이나 매출채권은 일부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은 미리 대손충당금이라는 계정으로 설정한다. 그리고 오래된 미수금(매출채권) 일 수록 더 높은 비율로 설정한다. 그러나 3개월은 오래된 기간이 아니다. 아래 표를 봐도 미수금은 동기간 매출채권에 비해 6배나 많은 대손충당금 설정률을 적용했다. 즉 2019년 6월~9월 사이 영업 외적으로 누군가에게 30억 이상 외상 판매 수익을 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5억 원가량 돈을 떼일 것으로 기록했다. 마치 떼일 것을 알고 판매한 느낌이다.
이해관계자와의 거래내용을 보더라도 종속회사와의 거래는 아니었다. 가끔 관리종목에 들어갈 위기에 처한 기업이거나 당장 실적을 보여야 하는 기업은 거래처와 합심해 대가성 매출을 약속받는 등의 방법으로 미수금과 매출채권을 활용하기도 한다. 즉, 미수금과 매출채권을 악의적으로 사용하면 매출을 의도적으로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코메론은 관리종목에 들어갈 기업도 아닐뿐더러 당장 실적을 보여야 할 상황도 아니다. 누구에게 매출을 올렸는지, 무엇을 팔았는지, 오래된 미수금이 아님에도 충당금을 왜 이렇게 높게 설정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찝찝하다. 사업보고서에 이와 같은 내용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참고자료
1. [제품 소개] 국산 줄자 코메론! 야심 차게 내놓은 신제품!(ft.프로아츠5.0) https://youtu.be/eJXxbeD8f6A
2. [디자인 리딩 기업] ② 세계 3위의 줄자 제조 회사, 코메론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7258948&memberNo=36301288
3. 중앙선데이 , “하나만 파고들면, 간절히 원하면 꿈은 이뤄집니다”https://news.joins.com/article/21044331
4. 코메론, 2019 사업보고서 http://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00330003374
5. 철강금속신문, 코메론, 순현금이 시가총액보다 많아... 환율 상승 수혜 기대https://www.snm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60841
6. 매일 경제, [로보어드바이저 추천종목] (5) 코메론 | ‘줄자’ 50년 한 우물…
글로벌 시장 ‘빅3’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16/05/350726/
7. 한국경제TV, [특징주] 하나투어, 분식회계 의혹에 급락 http://www.wowtv.co.kr/NewsCenter/News/Read?articleId=A201904170362&t=NN